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ASFV)는 병원성과 면역회피에 핵심적인 숙주 세포의 세포사멸(apoptosis)을 조절하기 위해 정교한 조절 전략을 활용하지만, 이 과정의 구체적인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ASFV가 암호화하는 외피 단백질 CD2v가 TPL2(tumor progression locus 2)-MEK(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카이네이스)-ERK(세포외 신호전달 조절 카이네이스) 신호축을 활성화하여, 일차 돼지 폐 대식세포와 야생 멧돼지 폐(WSL) 세포 내에서 친세포사멸 단백질 BimEL의 프로테아좀 분해를 유도함으로써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밝혔다. 더불어, ASFV 감염이 ERK1/2 의존적 BimEL 인산화와 분해를 촉진하며, 이는 바이러스 증식과 무관하게 바이러스 구조 성분에 의해 매개됨을 규명했다. 타겟 단백질 스크리닝을 통해 CD2v가 이 신호 경로를 유도하는 핵심 바이러스 단백질임을 확인하였다. 정제된 CD2v의 세포외 도메인(Asp17-Tyr206)과 바이리온에 결합된 CD2v 모두 세포 내 유입을 필요로 하지 않고 TPL2-MEK-ERK 신호를 활성화하여 BimEL 발현을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세포사멸을 억제하였다. 특히, CRISPR-Cas9 기반 CD2v 유전자 결실 시 ASFV가 유도하는 ERK1/2 활성화 및 BimEL 분해가 사라짐을 관찰했다. 더불어, ASFV 감염 세포에서 분비된 용해형 CD2v가 감염되지 않은 인접 세포에서도 이 신호 경로를 활성화하여 원격지에서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파라크린(paracrine) 기능과 감염 세포 내에서의 직접적인 역할을 통해 CD2v는 바이러스 증식에 유리한 친생존성 미세환경을 조성한다. 본 연구는 ASFV가 동원하는 다면적인 항세포사멸 기전을 규명했으며, CD2v의 기능적 영역을 확장시켰고, 본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치료적 응용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 의의: 본 연구는 치명적인 돼지 질병을 유발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ASFV)의 세포사멸 억제 기전을 구체적으로 규명하였다. ASFV CD2v 단백질이 숙주 TPL2-MEK-ERK 신호경로를 조작하여 친세포사멸 단백질 BimEL을 분해하는 주요 세포사멸 억제자인 것을 확인했다. 특히, CD2v는 감염세포뿐 아니라, 용해형 단백질 형태로 주변 미감염 세포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며, 이러한 이중 기능은 바이러스 확산 및 지속성을 위한 친생존성 세포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새로운 세포사멸 억제 메커니즘의 이해는 ASFV-숙주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향후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