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전역에 널리 분포하는 소규모 둥지 서식 연질진드기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미국의 가축이나 야생 멧돼지에 유입될 경우, 미국의 대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발표됐다. 텍사스 A&M 수의학 및 생명과학대학, AgriLife 연구소, 생명과학부 연구진은 텍사스 및 미국 남서부에 자생하는 연질진드기 Ornithodoros turicata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지역을 지도화하고, 그 결과가 ASF 대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텍사스 A&M이 주관하는 크로스보더 위협 감지 및 공급망 방어 우수성 센터를 통해 국토안보부로부터 14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됐다. 수의병리생물학과의 임상 조교수인 Meriam Saleh가 이끄는 이번 프로젝트는, 텍사스 유래 연질진드기 집단이 만약 ASF가 미국에 유입될 경우 바이러스의 지속 또는 전파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 위험이 식량 공급·무역·국경 간 축산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현재 ASF는 미국 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카리브해·유럽·아프리카·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돼지에서 전염성이 매우 높고 치사율도 높다. “지금 바로 우리 문턱까지 다가와 있다”고 Saleh 교수는 언급했다. “유입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어 매우 진지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 양돈 산업은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5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Saleh 교수는, 발병의 파급효과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일부 ASF 풍토병 지역에서는, 동일 속(genus)의 연질진드기를 매개로 야생동물 내에서 바이러스가 유지된다. 경질진드기와 달리, 연질진드기는 동물의 굴이나 보금자리 내에서 서식하며, 빠르게 흡혈하고 10년 이상 혈액 공급 없이 생존할 수 있다. “감염된 돼지를 전면 도태하더라도, 감염된 진드기가 새로운 돼지가 도입될 때 바이러스를 재유입시킬 수 있다”고 Saleh 교수는 설명했다.
생태계 분포 모델링을 통해 연구진은 텍사스 동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텍사스와 아직 진드기가 보고되지 않은 조지아 남동부가 진드기 서식에 적합한 환경임을 밝혀냈다.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의 평균 온도 및 가장 습한 시기의 수분 수준이 서식 적합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미-멕시코 국경 지역이나 멧돼지 및 가축돼지의 집단 밀집 지역에서 사전적이고 표적화된 감시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연질진드기가 굴 속에 서식해 기존 방법으로 채집이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유인제로 사용한 트랩을 야생동물 굴 입구에 설치하여 진드기를 탐지하고 있다.
Saleh 교수는 연질진드기가 대규모 전파보다는 ASF의 오랜 지속 가능성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공동 연구책임자인 Dee Ellis 박사는 진드기가 야생이나 소규모 가정 양돈집단 내 ASF 재유입의 장기적 저장소(reservoir)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특히, 남텍사스 일부 지역에는 무증상으로 ASF 바이러스를 보유할 수 있는 아프리카산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어 추가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 텍사스 유래 O. turicata 연질진드기가 자연 상태에서 ASF를 전파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바이러스가 진드기 집단 내에서 얼마나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