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농민들은 이미 또 한 해의 저수익 또는 손실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비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봄 파종 일정까지 방해받을 위기에 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현재 확보 가능한 비료의 가격은 이란 전쟁으로 세계 무역이 마비된 이후 3분의 1 이상 급등한 상태다.
미국은 일부 해에는 요소비료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해왔으나, 미국 비료 공급망을 대표하는 비료협회(The Fertilizer Institute)에 따르면, 현재 미국 농민들이 봄철 파종용으로 구매하는 비료 물량이 평소 대비 약 25% 부족하다.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행으로 예정된 비료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타국으로 우회될 경우 공급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톤엑스(StoneX)의 비료 시장 분석가 조쉬 린빌(Josh Linville)은 대다수 미국 비료 수입이 이뤄지는 뉴올리언스 항구의 가격이 세계 시장 가격 대비 메트릭톤당 최대 119달러 낮아, “더 많은 돈을 주고 구매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미국행 선박이 다른 곳으로 전환될 뿐 아니라, 심지어 선적된 바지선 화물을 다시 구매해 수출하는 사례까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금요일, 미 재무부는 “미국 농민 지원을 위해 즉각적으로 베네수엘라 비료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군사작전으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을 지원해 왔다. 이번 발표에는 베네수엘라 에너지 부문의 회복 지원 등 추가 조치도 포함됐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요소 등 질소비료의 중요한 생산국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원유 산업과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현지 경제 및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비료 생산 역량을 복구하려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하며, 단기적으로 공급난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봄에 대량의 비료를 사용하는 농민 중 미리 비료를 구매하지 않은 이들은 소매점이 재고가 없거나, 프리미엄이 붙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가격에 판매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캐나다 사스캐처원(Saskatchewan)의 농민 데이비드 알트로게(David Altrogge)는 브로커로부터 “비료 부족으로 인해 지역 공급상이 더는 가격 안내를 중단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요소비료를 미리 구매했으나, 지금 같은 조건으로 구매할 경우 캐나다 달러 44,000달러(미화 약 32,070달러)나 더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인근 농민들은 가격 급등을 감수하거나, 아예 비료를 구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중동만에서 세계 각국 농민들로 향하던 중요한 질소비료의 공급이 중단됐다. 현재 수출되는 세계 질소비료의 30% 이상, 그리고 황 등 중요 비료성분이 거의 전량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데, 해당 해역이 사실상 폐쇄됐다.
중국과 달리 대부분의 국가는 비료 전략 비축분이 없으며, 미국 비료 유통시스템 역시 재고를 쌓지 않아 공급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비료협회의 경제학자 베로니카 나이(Veronica Nigh)는 “비료가 창고에 쌓여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철저하게 ‘적시(Just-in-time) 공급’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는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가 핵심 변수다. 걸프만에서 선적된 비료가 미국 등 최종 시장에 도달하려면 몇 주가 걸리고, 이후 실제 농지까지는 수로 바지선, 트럭, 혹은 열차로 옮겨져야 한다. 대부분의 비료는 작물 생육이 시작되기 전 투입해야 하므로, 늦게 도착한 비료는 2026년 재배 시 적용이 불가능하다.
지난 금요일 미국 농무장관 브룩 롤린스(Brooke Rollins)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료 비용 통제를 위한 모든 잠재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농민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의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미 농민에게 120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분배 중이며, 농민 단체는 추가 지원책을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이번 주 초 미국농업협회(American Farm Bureau Federation)는 비료 부족이 미국 식량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목요일에는 조쉬 하울리(Josh Hawley) 상원의원이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에게 비료 기업들의 가격 담합 여부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하울리 의원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비료 가격이 32%나 치솟았는데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나이 분석가는 “비료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고 있으며, 이는 공급 부족 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